인간의 얼굴을 저버린 MB정권

절망적이고 지옥같은 시대, 그들도 사람이었다
[칼럼] 인간의 얼굴을 저버린 MB정권
입력 :2009-01-25 12:13:00 이종찬 문화평론가
모두를 경악케 했던 용산 참사 사건에 있어서 절망스럽게도 MB정권은 다시 한 번 인간의 얼굴을 저버렸다. 인간의 얼굴을 저버렸다는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MB 정권이 우리 사회의 ‘품위’를 완벽하게 저버렸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사건에서 발생한 6명의 비극적 죽음을 바라보는 이 정권의 후안무치함을 보라.

품위 있는 사회는 ‘감각’을 가진 사회다. 감각이란, 비유를 들자면 당신이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갈지 ‘혹은’ 왼쪽으로 갈지를 결정하게 될 때 갖게 되는 느낌이다. 당신이 느끼는 인간적인 망설임이다. MB 정권에게는 이 ‘망설임’의 느낌이 부재하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얼굴이 부재하다. 용산 참사 사건의 무고한 죽음을 바라보는 MB 정부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6명의 죽음이라는 저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이 정권은 그 죽음에 대한 해석을 뻔뻔하게도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습기 짝이 없게도 이 ‘논리’마저도 특유의 불도저식 마구잡이 논리다. 저들은 참사 사건의 논리적 원인이 화염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화염병을 구속 처벌해야만 하는가. 논리는커녕 ‘말’조차 안 되지 않는가.

인간의 ‘얼굴’은 숭고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가진 저 수많은 ‘얼굴(들)’은 때로 그 어떤 완벽한 ‘논리’도 단칼에 무화시켜 버린다. ‘노동자’의 얼굴과 마주한 적이 있는가. 어느 대학 구내식당에서 최근 마주쳤던 어느 50대 남짓한 아저씨 노동자의 얼굴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 얼굴은 텔레비전 뉴스 채널에서 본 이번 용산 참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의 얼굴 얼굴과도 어느 순간 겹쳐진다.

어지간히 추운 이 겨울날, 기껏해야 2,000원 하는 일식 삼찬의 식판을 앞에 두고 아무도 없이 홀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아저씨 노동자의 모습을, 정확히는 그의 ‘얼굴’을 나는 아주 또렷이 기억한다. 그마저도 김치를 제외한다면 반찬의 가짓수는 허무하게도 둘로 줄어든다. 시간에라도 쫓기어서였을까, 마지막 한 숟갈을 입에 떠 넣고는 급히 식판을 들고 일어선다. 한편으로는 아직 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은 음식물을 그때까지도 우적우적 씹으며. 또 한편으로는 식판을 반납하러 나가던 와중 갑자기 잠시 멈추어 서서는 아쉬웠던 듯 남아있는 국그릇을 마저 후루룩 해치우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일순간 어떤 거부할 수 없는 광경 앞에서, 온몸이 완전 무장 해제된다. 그의 모습은 숭고하다.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뿐이라 노가다판에서 그저 막노동으로나마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일지언정 살아갈 수 있다는 꿈이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노동자였던 아버지를 두고 있어 조금은 안다. 나의 아버지에게는 적지 않은 돈으로나마 먹여 살릴 수 있는 가족이 있었다. 아내가 있었고 딸이 있었으며 아들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의 꿈은 고작해야 그런 것이었을 게다. 그런 그가 막노동판이나마 자신이 몸담던 일터로부터 헐값에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면, 아마 그 역시 조금의 주저함 없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옥상’으로 올라갔을지 모른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 주검이 되어, 그것도 가족의 동의 없이 몸의 오장육부가 발가벗겨진 채 돌아왔을지 모른다.

▲ 이종찬 문화평론가 
내가 사랑하는 ‘루시드 폴’의 곡 <사람이었네>에서 몇 소절이 떠오른다. “문득, 어제 산 외투 / 내 가슴팍에 기대 / 눈물 흘리며 하소연 하네 / 내 말 좀 들어달라고 / 난 사람이었네 /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 난 사람이었네 /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 난 사람이었네 / 난 사람이었네 / 난 사람이었네..”

절망적이고 지옥 같은 시대다. MB 정권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그들‘도’ 사람이었다. 진정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이종찬/문화평론가
외부 필자의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 사이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96572

by cynara | 2009/01/28 02:22 | 외부기고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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